과거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에 교회의 불완전성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너무도 현실의 교회 가운데 예수님이 없는 것 같은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 시기 즈음에 읽었던 한권이 책이 한스 큉의 ‘왜 그리스도인 인가’ 이었습니다. 저자 한스 큉은 부패한 카톨릭교회를 바라보면서 오늘의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질문하면서 책을 썼습니다. 저자는 성경에서 말씀하는 그리스도인이란 단순히 사랑과 정의와 선행을 앞세운 사람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름의 정의와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그리스도인의 보이는 행동만을 문제 삼았던 나의 그리스도인에 대한 정체성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한스 큉은 그리스도인 된다는 것을 인간적인 것으로 오해하여서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확신과 선량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을 단지 더 인간성이 좋고 더 착한 사람을 실현하는 것으로 삼고 종교적으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그리스도인은 예수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예수님과 연결된 자가 그리스도인인 것을 강조합니다. 오직 그리스도인의 근거는 오직 예수님 자신만이 그리스도인의 설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그리스도를 마음에 모시고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는 자입니다.
과연 그리스도인의 표지는 무엇인가? 이땅에서 삶을 사셨던 예수님의 삶의 표지가 그리스도인의 표지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 전통, 율법, 세상의 기준으로 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매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민족, 자기 인종, 당파나 교파에 매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계셨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결과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배척과 오해와 공격을 받으셨습니다. 이것은 여전히 그리스도인의 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세상으로부터 고난과 반대를 당하는 고난의 삶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에서 고난 받을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부활로 완성되고 영광의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완성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에서 비판과 부정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전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 앞에서 주님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앞에 당당하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맞서면서 견디고 이겨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하나님의 설계와 계획에 대한 뜻을 알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만일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활이 없다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자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이 있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소망이 있는 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 받는 자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는 자입니다. 나의 삶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누리는 부활의 소망을 갖고 세상의 고난을 이기면서 예수님을 따라가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승리하기를 소망합니다.